결혼식이라는 행사는 -일반적으로- 일생에 단 한번뿐인 소중한 순간이다. 국적을 초월하여 어느 곳에서나 많은 결혼식에 대한 많은 추억을 남기는 관습이 남아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요즘 양산형 결혼식 세태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조금 재미없는 결혼식이 많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신혼 부부들이 친구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추억을 만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붉은 광장 앞은 물론이고, 모스크바 대학 앞의 광장 등 사람이 모이고 광장이 있는 곳이라면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제 막 결혼하는 신랑, 신부를 닮은 꼬마 들러리 아이들. 너무 닮았다 싶은 것이 혹시 속도 위반은 아닌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그냥 사진만 옆에서 같이 찍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캐릭터 풍선이 결혼식 사진에 등장하는 이 광경이란!?


우리나라는 결혼 즈음, 신부들의 무한 다이어트로 조금더 이쁜 드레스를 입기 위해 난리라는 것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마른것이 미덕인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뱃살도 살짝 접히고, 어깨쭉지도 든든하니 넓은 러시아 신부의 모습은 한국의 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 앞쪽의 광장인데,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새롭다.


붉은 광장 앞에서도 말쑥하게 차려입은 젋은 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닥에 보이는 원이 뭔가 의미가 있는 장소인듯,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원 주위에 한참 머물렀는데, 무슨 의미인지 지금까지도 참 궁금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 아랑곳 하지 않고 턱시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랑 신부와 파티복을 입은 친구들이 즐겁게 추억을 담고 있다. 보통 이런 광경을 서서 한참동안 지켜보는 사람들은 NoPD와 같은 외국인들 뿐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그냥 "결혼하나보다" 하는 표정으로 흘깃 보고는 제 갈길을 가는 모습이다.


넓은 공간에 나와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기 전, 우리와 비슷한 결혼식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친한 사람들과 격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끔 던지는 축하 인사에 고맙다고 하는 편안한 분위기는 결혼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구 소련의 연방에는 미녀들이 참 많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위의 사진속 신부들은 미녀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감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 보다 더 중요한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같은 그들의 모습에, 왠지 모를 부러움이 느껴진 건 나뿐만이 아니지 않을까?

- No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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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아르바트 거리를 방문했을 때 꼭 들러야 하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담벼락이다. 빅토르최는 키노라는 밴드로 러시아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와 그의 밴드 키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만든 담벼락.


낡고 오래된 건물의 벽이라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금방이라도 허무어질 것 같이 보이는 벽이지만 그 위에 그려진 수많은 락카의 향연은 뭔지모를 뭉클함을 전해주고 있었다. 평상시에는 이 벽을 관리하는 사람이 나와 있다고 들었는데, 유독 NoPD가 방문했을 때 쉬는 날이었는지 지키는 사람 없이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러시아 어를 알지 못해 무슨 말을 벽에 적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간중간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키노(KIHO) 라는 밴드이름.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아르바트에 빅토르 최를 추모하기 위해 이곳을 들른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교통사로고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그가 러시아 그리고 변방의 러시아 연방 국가들의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고 하며, 여전히 그 이름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슬슬 출출해 지기 시작한 우리 일행은 뭔가 먹을 것이 없나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는 영어를 찾아보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식당 점원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영어를 전혀 못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먹기 위해서 우리는 늘 전쟁을 치뤄야 했다. 다행히 아르바트를 들렀을 때는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기사가 같이 있었기에 우리는 요기 할 만한 것을 추천해 달라고 졸랐다.


그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Tepemok 이라는 러시아식(?) 크레페 전문점. 우리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아서 이곳을 추천한 것이 아닐까 싶은 곳이었는데, 사진을 보고 크레페 안에 들어갈 재료 (햄, 캐비어 등) 를 선택하여 간단히 주문할 수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Tepemok 은 러시아에서 꽤나 유명한 크레페 전문 체인점이라고 한다.


점심 즈음이었지만 왠지 맥주가 한잔 땡겨서 일행중 몇 명은 맥주를 주문했다. 화면에는 잘 안보이는데 호프머신에 달린 파란색 문양은 신혼여행때 유럽에서 마셨던 맥주의 브랜드 였던것으로 기억된다. 대낮에 크레페와 함께 마시는 생맥주 맛이란!


생각보다 양은 좀 작았는데,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게 요기를 채우기에는 적당했다. 게눈 감추듯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나니 괜히 마음이 여유로와 지는 느낌이다. 짧은 시간동안 대학로 아르바트 거리를 걸어 본 우리는 모스크바 대학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No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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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뉴스에서 소련(소비에트 연방) 관련 기사가 나오면 당연하단 듯이 나오던 영상은 붉은 광장과 광장을 가득 채운 군 병력들이었다. 강렬한 붉은 색이 소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깔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붉은 러시아 깃발 등) 이었기 때문에 은연중에 그런 영상을 계속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영상으로만 보던 붉은 광장에 발을 내딛은 느낌은 어렵게 생각해서였을까? 왠지 친숙한 (수많은 관광객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느낌이었다.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단체 관광을 온 듯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무리. 이곳이 과연 내가 상상하던 붉은 광장인가 싶었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들이 붉은 성벽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던 어느 좋은 일요일 아침. 일찌감치 모스크바 시내 관광을 나선 사람들로 광장은 북적였다.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3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 때문에 반바지에 시원한 면티 한장을 걸친 우리 일행은 연신 물을 마시고 있었다.


러시아어로 '붉은(Krasnaya)' 이라는 의미는 꼭 빨간색을 말한다기 보다는 "아름다운"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온통 붉은 것이 묘한 매력을 주기는 하지만 아름답다라는 표현과는 왠지 좀 거리가 있는 느낌이랄까. 오래된 건축 양식의 건물들이 세월을 넘나드는 느낌이다.


광장 남쪽으로 내려가면 '테트리스 궁'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바실리 사원 건물이 보인다. 독특한 지붕의 모습이 참 인상적인데, Flickr 에서 사진을 조회해보면 정말 촌철살인의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열심히 찍는다고 찍은 사진인데 왠지 노출 보정에 실패한 듯 하다.


저 성벽 너머에는 레닌의 영묘가 있다고 하는데 미처 가보지는 못했다. 워낙에 러시아 출장 일정이 길지 않아서 최대한 많은 곳을 찍고 -_- 다니자는 컨셉으로 사람들과 의기투합 한 터라, 느긋하게 성 구석구석을 둘러보지 못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언제 또 러시아를 오겠느냐" 라는 명제가 주는 두가지 선택 (자세히 보던가, 많이 보던가!) 에서 우리는 '많이 보던가'를 선택했을 뿐이고...



바실리 사원과 붉은 광장을 한 바퀴 도보로 걸어 본 후 입구를 통해서 나오니 관광객들이 한참 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니 레닌과 스탈린(맞나요?)으로 분장한 러시아 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남길 꺼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다른 포스팅에서 한 번 더 글을 적겠지만, 러시아에서 결혼식을 하면서 꼭 친구, 들러리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곳 중 하나가 붉은 광장이라고 한다. 레닌씨(?) 앞쪽에는 어여쁜 한 커플이 결혼 기념 촬영을 하느라 한창이었다.

2009/01/22 - [Trouble? Travel!/'08 Russia (Moscow)] - 영원한 철의 제국, 러시아 모스크바 입성!

- No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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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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