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트 거리를 방문했을 때 꼭 들러야 하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담벼락이다. 빅토르최는 키노라는 밴드로 러시아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와 그의 밴드 키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만든 담벼락.


낡고 오래된 건물의 벽이라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금방이라도 허무어질 것 같이 보이는 벽이지만 그 위에 그려진 수많은 락카의 향연은 뭔지모를 뭉클함을 전해주고 있었다. 평상시에는 이 벽을 관리하는 사람이 나와 있다고 들었는데, 유독 NoPD가 방문했을 때 쉬는 날이었는지 지키는 사람 없이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러시아 어를 알지 못해 무슨 말을 벽에 적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간중간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키노(KIHO) 라는 밴드이름.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아르바트에 빅토르 최를 추모하기 위해 이곳을 들른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교통사로고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그가 러시아 그리고 변방의 러시아 연방 국가들의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고 하며, 여전히 그 이름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슬슬 출출해 지기 시작한 우리 일행은 뭔가 먹을 것이 없나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는 영어를 찾아보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식당 점원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영어를 전혀 못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먹기 위해서 우리는 늘 전쟁을 치뤄야 했다. 다행히 아르바트를 들렀을 때는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기사가 같이 있었기에 우리는 요기 할 만한 것을 추천해 달라고 졸랐다.


그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Tepemok 이라는 러시아식(?) 크레페 전문점. 우리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아서 이곳을 추천한 것이 아닐까 싶은 곳이었는데, 사진을 보고 크레페 안에 들어갈 재료 (햄, 캐비어 등) 를 선택하여 간단히 주문할 수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Tepemok 은 러시아에서 꽤나 유명한 크레페 전문 체인점이라고 한다.


점심 즈음이었지만 왠지 맥주가 한잔 땡겨서 일행중 몇 명은 맥주를 주문했다. 화면에는 잘 안보이는데 호프머신에 달린 파란색 문양은 신혼여행때 유럽에서 마셨던 맥주의 브랜드 였던것으로 기억된다. 대낮에 크레페와 함께 마시는 생맥주 맛이란!


생각보다 양은 좀 작았는데,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하게 요기를 채우기에는 적당했다. 게눈 감추듯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나니 괜히 마음이 여유로와 지는 느낌이다. 짧은 시간동안 대학로 아르바트 거리를 걸어 본 우리는 모스크바 대학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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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뉴스에서 소련(소비에트 연방) 관련 기사가 나오면 당연하단 듯이 나오던 영상은 붉은 광장과 광장을 가득 채운 군 병력들이었다. 강렬한 붉은 색이 소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깔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붉은 러시아 깃발 등) 이었기 때문에 은연중에 그런 영상을 계속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영상으로만 보던 붉은 광장에 발을 내딛은 느낌은 어렵게 생각해서였을까? 왠지 친숙한 (수많은 관광객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느낌이었다.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단체 관광을 온 듯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무리. 이곳이 과연 내가 상상하던 붉은 광장인가 싶었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들이 붉은 성벽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던 어느 좋은 일요일 아침. 일찌감치 모스크바 시내 관광을 나선 사람들로 광장은 북적였다.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3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 때문에 반바지에 시원한 면티 한장을 걸친 우리 일행은 연신 물을 마시고 있었다.


러시아어로 '붉은(Krasnaya)' 이라는 의미는 꼭 빨간색을 말한다기 보다는 "아름다운"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온통 붉은 것이 묘한 매력을 주기는 하지만 아름답다라는 표현과는 왠지 좀 거리가 있는 느낌이랄까. 오래된 건축 양식의 건물들이 세월을 넘나드는 느낌이다.


광장 남쪽으로 내려가면 '테트리스 궁'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바실리 사원 건물이 보인다. 독특한 지붕의 모습이 참 인상적인데, Flickr 에서 사진을 조회해보면 정말 촌철살인의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열심히 찍는다고 찍은 사진인데 왠지 노출 보정에 실패한 듯 하다.


저 성벽 너머에는 레닌의 영묘가 있다고 하는데 미처 가보지는 못했다. 워낙에 러시아 출장 일정이 길지 않아서 최대한 많은 곳을 찍고 -_- 다니자는 컨셉으로 사람들과 의기투합 한 터라, 느긋하게 성 구석구석을 둘러보지 못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언제 또 러시아를 오겠느냐" 라는 명제가 주는 두가지 선택 (자세히 보던가, 많이 보던가!) 에서 우리는 '많이 보던가'를 선택했을 뿐이고...



바실리 사원과 붉은 광장을 한 바퀴 도보로 걸어 본 후 입구를 통해서 나오니 관광객들이 한참 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니 레닌과 스탈린(맞나요?)으로 분장한 러시아 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남길 꺼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다른 포스팅에서 한 번 더 글을 적겠지만, 러시아에서 결혼식을 하면서 꼭 친구, 들러리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곳 중 하나가 붉은 광장이라고 한다. 레닌씨(?) 앞쪽에는 어여쁜 한 커플이 결혼 기념 촬영을 하느라 한창이었다.

2009/01/22 - [Trouble? Travel!/'08 Russia (Moscow)] - 영원한 철의 제국, 러시아 모스크바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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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하여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계세요? NoPD는 소비에트연방이 아직도 더 익숙합니다. 고르바쵸프 대통령도 떠오르고 옐친의 하얗고 탐스러웠던 *-_-* 머리카락, 그리고 모라토리엄으로 국가 부도가 났던 것등이 떠오른다.

2008년도 프로젝트의 4번째 국가로 방문한 러시아. 정신과 육체는 지난 4개월간의 프로젝트 강행군으로 인하여 녹초가 된지 오래였으나, 러시아라는 세계 최대 크기의 국토를 가진 나라를 방문 한다는 것, 한때 미국과 함께 냉전을 이끌었던 소비에트연방의 뒤를 잇는 국가라는 것이 설레임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모스크바로 가는 관문, SVO Airport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공항이 총 5개가 있다고 합니다. NoPD는 스카이팀 회원사인 대한항공편을 이용해서 모스크바로 이동했는데, SVO 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세레메티예보(Sheremetyevo) 공항으로 도착을 했습니다.

파란색 A가 세레메티예보. 아래가 바로 모스크바!

모스크바로 출국하기 전에 아는 지인이 "뉴델리 인드라간디 공항과 모스크바 SVO를 비교한다면 인드라간디 공항에 감사하게 될거야" 라는 이야기를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비행기를 빠져 나올때 까지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Passport Control에 줄을 선 순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러시아 SVO 공항에서 Passport Control 빨리 통과하기" (링크) 라는 외국 블로거의 아티클도 있는 것을 보면 SVO 의 입국심사가 얼마나 삐리리~ 한 상황인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소비에트 시절의 관료적인 분위기가 많이 남아서 느릿느릿한 이민국 직원들의 손놀림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짜증은 조회 Query를 해도 결과가 도통 나오지 않는 단말기 화면에서 폭발하곤 합니다. -_-;; 다행히 빨리 통과해서 약 40분 만에 Passport Control 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

초고가(?) 러시아의 호텔 시스템

러시아의 호텔비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으로 유명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한데다가 수요와 공급이 적절치 않아 가격이 무척 비싼 편인데, NoPD는 현지 주재원이 한인 호텔을 어레인지 해주었다는 이야기에 무척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말만 호텔이고 우리나라 왠만한 장급 수준도 안되는 시설에, 아주 독특하게도 러시아 호텔의 1~2개 층을 대여해서 호텔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잠만 제대로 잘 수 있다면 만족이다" 라는 현실 타협적인 생각으로 이내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동안 호텔을 소개할 때는 늘 "아름다운"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소개하곤 했는데 러시아에서는 패스하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 인터넷은 잘 되었으나 IP 충돌로 종종 끊겼고 속도는 PPP 연결보다 느린 최악의 속도였다는 정도로만 코멘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2주간 러시아에서 버티고 살아 남아야 한다는 절대 절명의 위기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 No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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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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