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이 개통된 이후 출퇴근길이 무척 빨라졌습니다. 시간이 단축된 것도 9호선 개통 이후의 장점이겠지만, 더 좋은 장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지상파 DMB 가 9호선에선 잡히지 않습니다. DMB 사업자들이 그동안 투자한 장비에 대한 수익도 못올리는 상황이라 신설노선인 9호선에는 설치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사실 DMB 보시는 분들이야 재미꺼리를 잃어버리신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간혹 이어폰도 없이 무개념으로 DMB 를 보시는 분들로 인한 짜증스러움이 없어서 좋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중 한명이지요) 여튼, 이렇다 보니 9호선에는 책을 보시는 분들이 좀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부응하고자 NoPD도 요즘 열독서에 빠져 있습니다.



얼마전, 출간된지 조금 된 책을 한권 읽었습니다. 시중에 유사한 컨셉의 서적이 많이 나와 있어서 책 표지를 넘기는게 별로 내키지 않더군요. 책이 두껍지 않으니 후딱 읽어보고 도움 될만한 글귀 한두개만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무겁게 책장을 넘겼습니다.

" 백만불짜리 열정 " 이라는 이 책은, GE 라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수장이었던 이채욱 회장이 쓴 책입니다. 이채욱 대표는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수장으로 계신 공기업 사장이기도 합니다. 여느 CEO가 쓴 책처럼, 조금은 동떨어진 이야기들이 펼쳐지겠거니 하는 기대감 0% 로 읽기 시작한 이 책. 푸근한 이채욱 대표의 얼굴 만큼, CEO 가 쓴 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세상에 성공하는 CEO 는 참 많습니다. 그러나 직원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CEO 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상에 돈을 잘 벌고 회사를 잘 키우는 CEO 는 많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사랑을 받는 CEO 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채욱 회장은 벽을 부수고, 먼저 움직이는 실천을 통해 "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 " 이라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심어줬습니다. 책에 참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가 하나 있어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분들과 함께 합니다.

자신의 직원을 최고의 부모로 만들어 줄 수 없는 리더는
가장 초라한 사람이고, 가장 무례한 사람이다.

와이프에게 이 글귀를 읽어줬더니, 소름이 끼칠정도로 찡하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마도 제가 1년 넘게 겪고 있는 고충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너무 많은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상사, 리더로부터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마음속에 저 글귀를 되뇌어 보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직급이 높아지고 저 역시 부하직원들을 이끄는 리더의 자리에 오르겠지요. 쉽지 않을 겁니다. 몸으로 보고, 듣고, 배운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과 말속에 녹아 있을테니까요. 그렇지만 노력해 보고 싶습니다.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주는 리더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테니까요.

- No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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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싱가폴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 중 하나인 클라키 (Clarke Quay).
특히 금요일 밤이 지난 토요일 아침이면
뜨거웠던 광란의 시간을 보낸 후 더 짙은 정적만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이 곳.

2005년의 여행 이후 단 한번도 출장이 아닌 이유로 온적이 없어서
그 뜨거운 시간속에 몸을 담아보지는 못했지만
무거운 노트북 등에 지고 거북등을 해서 지나가며 본 사람들의 모습은
한주간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려는 듯한 외침이 느껴지던 곳.


아침 일찍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를 물 묻혀 정리하고 나서면
까만 새벽의 클라키가 나른 맞이한다.
아직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클라키의 새벽 공기는
사람들의 체취와 함께 엉키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누구를 위해 밝혀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오색 찬란한 싱가폴 리버 위를 가로 지르는 다리.
잠시 기대어 습기 가득한 공기로 두 폐를 적셔본다.
파랗다 못해 시퍼런 하늘에게 " 내가 여기 있다 " 는 걸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은 모습
아무도 건너지 않은 새벽시간의 다리는 내일도 불을 밝히고 있겠지.


운동화 끈을 조여메고 뛰기 시작하면
뜨거운 공기가 땀구멍을 넓혀 놓은 것인지
어느새 주르르 등줄기를 가르는 땀방울이 느껴진다.

잊고 있었다.
이곳은 적도에서 멀지 않은 싱가폴이라는 것을.
일기 예보에 나오는 기온을 일부러 조작한다는 말이 왠지 맞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런 더위가 어떻게 30도 밖에 안된다는 말인지.


클라키 중심가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열기를 머금고 문을 닫은 클럽의 정취가 이색적이다.
오래전 창고로 쓰이던 건물들이,
그대로 개조되어 사람들을 담는 창고가 되어 버린 21세기 한켠의 클라키.


한참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이 곳도
또다른 하루의 정열을 받아들이기 위해 잠깐 쉬어가나 보다.
그래도 나무들은 혼자가 아니니, 쓸쓸하지는 않겠구나.
또 다른 피부색의 또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는 곳.


들어오는 사람 없는 정적에 잠긴 불꺼진 클라키의 관문.
멀리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태양을 맞이하려는 것일까?

밤의 열기, 낮의 열기.
사람으로부터 오는 열기, 오억만리 태양에서부터 오는 열기.
그 모든 열기는 오래전 물건들이 드나들던 이 관문을 통해 오는 것이겠지.


시간의 흐름이 뒤엉켜 버린 듯한 이 곳.
잠깐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무심코 생각해버리라는 속삭임.
태양이 뜨고, 또 다시 지면,
사람들은 다시 이곳에 모여 밤을 노래하고, 밤에 젖어가겠지.

- No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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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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