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대한민국의 역사상 일어난 적이 없고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 생긴 날입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 날 전직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운명을 달리 했습니다. 자살이다 타살이다,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 때문이다 아니다 참 말들이 많았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상황이 여러가지로 해석되었습니다.

그 즈음, 회사에 몸은 나와 있지만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기사와 네티즌들의 글을 읽고 생각하고 또 고민하느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대한민국은 반으로 갈라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험한 이야기들이 입에서 그리고 화면에서 난무했습니다. 누구의 잘못인가.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가. 참 슬픈 시간들 이었습니다.

일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 출간된 " 운명이다 " 를 2011년이 되서야 책장에서 꺼내어 읽어 보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돌베개 출판사의 마케팅 담당자 분을 알게되어 한 권 얻게되어 벼르고 벼르다 지금 막 마지막 책장을 넘겼습니다. 정치적인 노선, 이념에 대한 내 편과 상대편.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는 걸 알려준 한권의 책이었습니다.


한명의 전직 대통령 죽음 앞에 우리는 정확한 진실을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러는 구속되고 더러는 혐의가 없다고 판정 내려졌지만 7~80년대에 일어난 일들의 정확한 진실이 최근에 들어서야 정확히 해석되고 다시 판단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진실은 제가 훨씬 더 나이가 들고 늙은 다음 화자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 슬펐습니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정치적 노선, 이념보다 더 중요한 한 사람의 솔직함을 읽으면서 많이 슬펐습니다. 무엇을 위해 우리는 서로를 헐뜯고 깎아내린 것일까요?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이야기 해 줄 사람은 더 이상 세상에 없습니다. 진실을 이야기 하고 싶어했던 한 사람의 매듭짓지 못한 책의 마지막은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해 왔습니다.

우리는 참 아까운 사람을 잃었습니다. 아니 대한민국은 참 아까운 사람을 잃었습니다. 이땅에 다시는 이런 슬픈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1년 반여가 지난 지금에야 이렇게 진정으로 슬퍼해 봅니다.

- NoPD -
신고
Posted by 노피디
오늘 아침부터 모든 방송과 인터넷이 고 노무현 前 대통령 영결식으로 뜨겁습니다. 오전 5시에 발인을 마치고 한참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오네요. 이제 정말 가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다시한번 먹먹해 집니다.

월드컵의 열기가 한참 뜨거웠던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가 12월 19일에 있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복학생 신분으로 1년을 지내고 생애 처음으로 투표를 했던 날이지요. 선거 전날인 12월 18일 친구들과 주점에 모여앉아 밤새 대통령 선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선거 전부터 한참 부모님과 후보자의 자질이라던가 보수, 진보의 이야기를 하면서 한참을 싸웠던 2002년의 12월. 밤새 마신 술이 채 깨기도 전, 노무현 후보에게 한표를 던져야 겠다고 지하철 첫 차를 타고 집에도 들르지 않고 투표소를 향했던 12월 19일의 아침. 그 날 제가 던졌던 소중한 한표가 헛되지 않았음을 세상이 언젠간 말해주겠지요.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신 곳에서도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

- NoPD -
신고
Posted by 노피디


월요일 아침.
눈을 비비며 일어나 비몽사몽 머리를 감았습니다.
오늘따라 온도가 높은지,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아도 춥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건전지가 다해가는지 빌빌거리는 전동 면도기로 수염을 쓸어내고,
차가운 물로 뜨거워진 피부를 식혀냈습니다.

왠지 늘 타던 통근버스가 타기 싫어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창문을 살짝 여니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칩니다.
미적지근한 바람이 불어오는게, 곧 여름이 오려나 봅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름모를 음악을 흥얼거리며
여느때의 월요일 처럼 지하철을 갈아타러 버스를 내렸습니다.
흔들리는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터질듯한 김밥처럼 꾸역꾸역 타는 사람들을 멍하니 구경했습니다.

토스트로 허기를 채우고 뜨거운 커피 한잔을 목구멍에 넘겼습니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오래전부터 정해졌던 것처럼, 시간에 맞추어 회의에 참석합니다.
사람들의 말을 적고, 또 무언가를 정신없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저물어 가기 시작할즈음,
가방에 쑤셔넣어 들고온 아침 무료 신문을 펼쳐들었습니다.

잿빛 사진속에 그가 웃고 있습니다.
이제는 저 세상 사람이 된 그가 웃고 있습니다.

나는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하루를 보냈는데,
그는 더이상 이런 아침을 맞이할 수가 없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지도 못하는데...

그냥,

여느때처럼
하루를 보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아픔도, 그리움도 잊혀지겠지요.

- NoPD -

신고
Posted by 노피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