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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5. 엄마, 버릴 거라면 나를 왜 낳으셨어요?
    Daily NoPD/NoPD's Thoughts 2009. 11. 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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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라는 나라를 참 여러번 다녀왔다. 여행으로 간 것이 아닌 출장으로 간 것이지만, 지난 2년간 오래되어 글자를 알아보기도 힘든 인도 이민국의 도장을 참 많이도 받았다. 일부러 한달, 두달씩의 일정을 가지고 인도로 배낭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요즘 꽤 많다. 하지만 인도라는 곳은 NoPD 에겐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기에 처음 오르던 출장길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헐벗은 사람들과 수도라 하기에는 너무나 더럽고 오래된, 낙후된 도시의 이미지. 주변 사람들이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하던 샤워 할때는 꼭 입을 다물고 생수로 양치 하라는 이야기들. 간혹 검증되지 않은 소스에서 나온 여행객의 장기 적출 사건들. 인도라는 곳은 그야말로 두려운, 마음이 내키지 않는 나라였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이 참 묘하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인도를 간다는 것이 전혀 거리낌 없는 일이 되었다. 배앓이를 할까 조심하는 건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길에 누워있는 사람을 봐도 이젠 괜찮다. 흰소님께서 차도를 막고 낮잠을 주무셔도 마음이 여유롭다. 흙먼지 휘날리며 릭샤를 타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건 이제 나름의 인도버전 엔터테인먼트이다.



    신기한 곳이다. 인도라는 곳은 정말로 신기한 곳이다. 화장터에서 흘러나오는 뼛가루 가득한 물에 몸을 담그고 몸과 마음을 씻어내는 종교 수행자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것이 인도인가 보다. 멀리서는 막연히 두렵고 걱정스럽지만, 그 안에 들어간 순간부터 너무나 포근한 곳이되는 곳. 인도 관관청이 여행 슬로건으로 내건 Incredible India 가 어느 순간 마음 깊이 와닿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샤 미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새까만 머리카락. 커다란 눈과 눈동자는 한눈에 " 이 사람은 인도 사람이구나 " 를 느끼게 하지만, 정작 그녀는 스페인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입양아였다. 그런 그녀에게도 인도라는 나라는, 머나먼 동방의 한 소년이 느꼈던 것처럼 다가왔었나 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것들.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인도에 발을 처음 내딛은 스페인 국적의 인도인에게 모든 것은 너무나 생소했다. 이곳이 내가 태어나고 내가 자라온 곳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인도라는 묘한 곳은 이방인에게 그러했듯 아샤 미로의 마음속에 깊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니, 갠지스의 물줄기를 받고 태어난 아샤에게는 당연한 순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말도 통하지 않는 언니와 뜨거운 눈물을 나누고 서로를 느낄 수 있는 것. 카스트는 없지만, 인도 사람이라는 걸 몸속에 흐르는 뜨거운 피가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 No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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