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제외하고 개인 적인 여행을 포함하여 가장 많이 방문했던 곳이 바로 싱가폴이다. 여러번 방문 하다 보면, 익숙함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인도는 가슴이 갑갑해져 오는 생각들이 많이 드는 반면, 싱가폴은 잡다하거나 깊은 고민을 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싱가폴의 중심지를 가로지르는 싱가폴 강. 혹자는 이게 바닷물이지 무슨 강물이냐라고 한다.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가물이 흘러서 바닷물과 만나는 것이고, 바닷물이 다시 공기속으로 증발해서 빗방울의 모습으로 강으로 가는 것이니. 여튼, 바다인지 강인지 알기 힘든 그 물줄기를 따라 걸음을 옮겨본다.

KONICA MINOLTA | 2009:10:25 20:54:23

오래 전부터 무역항으로 발달한 탓에 강줄기를 따라 늘어선 동네 이름들은 온통 Quay 다. 로버트슨 키 (Robertson Quay), 클라키 (Clarke Quay), 그리고 보트키 (Boat Quay). 고급스럽고 조금은 딱딱한 로버트슨 키에서 젊음의 뜨거움이 느껴지는 광란의 클라키를 지나면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기 전에 나오는 곳이 보트키.

중심가에 가까운 탓일까? 비싸 보이는 음식점들도 꽤 많고 외국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이는 이 곳. 멀리 영국에서 온 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스탠딩 바에 서서 진한 맥주 한잔과 함께 지켜보는 프리미엄 리그. 이곳이 싱가폴인지 유럽인지 알기 힘든 참 독특한 분위기의 바.

KONICA MINOLTA | 2009:10:25 21:28:10

비릿한 바다 내음이 점점 진해지면 등줄기를 흐르던 땀방울도 어느새 말라 붙어 짭쪼름한 소금이 된 다. 멍하니 오색 찬란하게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면, 괜히 나도 모르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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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한 젊은 영국군 장교가 열대지방 특유의 번잡한 거리와 찌는듯한 더위를 피해 래플즈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하루종일 격무에 시달린 그는 곧장 호텔 바(Bar)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녀를 보게 되었다. 짙은 진홍색의 살짝 웃음을 짓는듯한 입술과 매혹적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그녀는 바의 가장 깊숙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장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자태의 그녀에게 푹 빠져버렸다. 바텐더 Ngiam Tong Boon 에게 물어보니, 이 근처 실크 상인의 막내 딸이라고 한다. 스카치 한잔을 사시겠냐고 장교에게 물었지만, 장교는 스카치 한잔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녀에게 어울리는 칵테일을 만들어 줄것을 부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열대과일과 진, 브랜디가 뒤섞인 달콤하면서 매혹적인 칵테일 " 싱가폴 슬링 (Singapore Sling) " 이 래플즈 호텔의 바텐더의 손에서 탄생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래플즈 호텔에서 탄생한 슬링, 클라키에서 즐겨보자

싱가폴 슬링 (Singapore Sling) 은 래플즈 호텔에서 탄생한 칵테일이다. 하지만, 시내의 왠만한 바나 펍에서 (비록 메뉴에 없다 할지라도) 주문하면 가져다 줄 만큼 즐기기 어렵지 않은 칵테일이다. 그럼에도 칵테일이 처음 태어난 래플즈 호텔의 롱바(Long Bar)를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참 많다.

와이프와 여행을 왔다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래플즈 호텔을 들렀겠지만, 남자 혼자서 가기엔 거리도 좀 있고 왠지 내키지 않아 클라키에서 슬링을 즐길만한 곳을 찾다가 발견한 곳. True Heritage Brew 라는 슬링 전문 회사에서 만든 일종의 FlagShip Bar를 찾았다. 클라키의 Liang Court 바로 앞에 위치해서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KONICA MINOLTA | 2009:10:25 22:03:08

그리 크지 않은 바지만 싱가포르 슬링을 프랜차이즈화 해서 파는 가게라 인테리어부터 모든 것이 싱가폴 슬링에 맞추어져 있는 이곳. 슬링의 붉은 빛을 인테리어에 그대로 담아 온통 빨간 빛깔로 물들어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영국군 장교가 푹 빠졌던 진홍색의 입술 빛깔이 이런 빛깔이었을까 싶다.

KONICA MINOLTA | 2009:10:25 21:45:11

슬링 한잔을 주문하고 바텐더의 동작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있으니 금방 매혹적인 빛깔을 가진 슬링이 내 앞에 놓여졌다. 멀라이언이 조각된 컵 받침에 나온 달콤한 슬링. 달콤한 열대 과일의 상큼한 맛과 데낄라 (데낄라를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바텐더가 설명을 해주었다) 의 맛이 묘하게 섞인, 그러나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었다.

KONICA MINOLTA | 2009:10:25 21:44:24

KONICA MINOLTA | 2009:10:25 22:03:20

모회사에서 파는 싱가폴 슬링 병을 이용해서 바 전체가 장식되어 있었는데, 새빨갛기만 한 인테리어가 의외로 매력적이었다. 부담스럽게 자꾸 와서 한잔 더 하겠냐 물어보지도 않고, 손님은 없지만 열심히 기타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불러준 싱가폴 형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슬링을 즐길 수 있었다. 한잔에 17달러였으니 그렇게 싸지는 않지만 래플즈 호텔까지 가지 않고 클라키에서 분위기 즐겼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여기서 선물용 슬링을 주문할 수도 있는데, 알루미늄 캔에 들어있는 조그만 Drink-Ready 슬링이 두병에 10달러이니 혹시 같이 못온 여자친구나 " 이 맛을 꼭 느끼께 해줘야 겠다 " 는 지인이 있다면 투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No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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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싱가폴 강을 따라 클라키(Clarke Quay), 보트키(Boat Quay)를 지나면 플라턴경의 이름을 딴 플라턴 호텔이 나온다. 화려함에 취하지 말고 조금 더 걸어가면 멀리 바다가 보이는 멀라이언 파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싱가폴의 상징인 멀라이언(Merlion)이 있어서 연중무휴 밤낮 할 것 없이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지도의 왼쪽으로 흐르는 강이 싱가폴 강이니, 열심히 강을 따라서 걸어가기만 하면 멀라이언 상을 만날 수 있다. 지도는 꽤 멀어 보이지만 싱가폴이 그리 크지 않은 나라라는 것을 감안하고 넓은 도로가 통상적인 8~10차선 도로라고 생각하면 부담된는 거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멀라이언상은 이곳에만 있는게 아니다. 온갖 잡화점(쿨럭..;;)에도 있고... 농담이고, 센토사 섬에 가면 또 한마리의 거대한 멀라이언 상이 있다. 어느게 먼저 만들어졌고 더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곳의 멀라이언 상은 싱가폴의 관문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느낌이고 센토사 섬의 상은 싱가폴 전체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다. 여튼... 꿈보다 해몽이라지 않는가.

KONICA MINOLTA | 2009:10:25 21:07:40

보트키의 뜨거운 밤을 구경하면서 플라턴 호텔을 지나오니 멀리 두리안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일의 왕이라고 불리우는 냄새의 왕, 두리안을 형상화 해서 만들었다는 공연장 에스플러네이드다. 특별히 공연을 보러 갈 것이 아니라면, 그냥 멀리서 사진을 찍는게 더 좋다는게 보통 사람들의 견해다. 삼각대가 없던 탓에 ISO 3200 으로 찍느라 노이즈가 너무 심하다. ;;;

KONICA MINOLTA | 2009:10:25 21:08:59

이곳을 지나 강변(바다변?)으로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어디선가 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멀라이언이 물을 멀리 토해내는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멀라이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이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건진 이 사진도 오른쪽 아래에 중국 아저씨의 압박이 느껴진다.

뒤쪽으로 커피 전문점, Pub 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멀라이언의 아름다운 등짝 자태를 보면서 밤을 즐기기에도 참 좋아 보인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는 온통 고층건물만 올라가는지 멀리 불을 밝힌 건물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플라턴 호텔 주변이 싱가폴의 주요 중심가라 워낙 높은 건물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KONICA MINOLTA | 2009:10:25 21:11:35

반대쪽으로 걸어와서 두리안과 함께 멀라이언을 담아보았다. 왠지 하늘에서 저공비행을 하며 야경을 즐기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후덥한 날씨에 바닷냄새와 강냄새가 뒤섞인 이곳 계단에 잠시 걸터앉아 정신없이 들려오는 물줄기 소리를 벗삼아 인생을 잠시 고민해 봤다는... (결론은 못내리고 날씨가 너무 더워 시원한 맥주 한잔 하러 바로 돌아섰다는...)

KONICA MINOLTA | 2009:10:25 21:12:41

앗. 그런데 이것은 또 무엇인가? 아주 못생긴 멀라이언 한마리가 뒤에서 관광객들에게 포즈를 잡아주고 있었다. 이름하여 아기 멀라이언 (혹은 어글리 멀라이언 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단다) !! 입에서 나오는 물줄기도 비리비리하고 크기도 작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인기 만점~! 아기랑 같이 여행 왔으면 " 오오오~! " 하면서 소리 질렀을 거 같은 ㅎㅎ

야밤에 혼자 이곳까지 걸어왔다 가니 좀 궁상스런 맛도 없진 않았지만 걸어오면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지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중국어, 인도어는 당연히 못알아 들으니 더욱 집중이 되더라는!) 괜히 센티멘탈 해진 것 같아서 코끝이 시큼해져 왔다. 모든게 뒤섞인 이곳 싱가폴에서 혼자 있으니 말이다. ㅋ

- No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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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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