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PD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강서구의 한적한 아파트 단지이다. 지리적으로 볼 때 서울의 서쪽 그리고 강남에 비하자면 조금 북쪽에 위치하고 이는 동네이다. 그런탓에 가양대교만 건너면 월드컵 경기장과 하늘공원이 보이고 자유로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통일 전망대까지 금방 갈 수 있는 나름대로 좋은 지리적 위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주말이 되면 집에서 한없이 퍼져버리는 대한민국 대표 3D 업종, IT 에 종사한다는 것. 귀차니즘을 극복하면 가까운 곳에 볼곳도 많고 참 좋은데 하는 생각만 한지 몇개월 -_-... (사실은 결혼 후부터 쭈욱...) 헤이리의 반디북까페라는 곳을 찾기로 결심했다. 사실, 일전에 헤이리를 잠시 들러본 적은 있었으나 날도 너무 춥고, 밥만 먹으러 왔었기 때문에 좀 아쉬웠던 감이 있었다.
와이프 뱃속에 있는 별이에게 태교여행을 별로 못해준 것 같아서 늘 맘에 걸렸는데, 여행은 아니지만 분위기 좋은 곳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있는 것 자체가 별이에게 태교가 될거다 라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바탕으로 이곳 반디 북까페를 찾았다. 별이가 책과 친한 아이가 되길 바라는 어설픈 부모의 바램일지라도...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곳은 북까페이다. NoPD가 대학을 다니던 97년부터 98년즈음해서 대학가에 우후죽순 북까페들이 성행했었는데 어느날 흔적도 없이 (정말이다. 흔적도 찾기 힘들다) 사라져 버렸던 생각이 문든 든다. 가게문을 들어서면 국적을 알 수 없는 진하고 매혹적인 커피향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테이블이 많지는 않지만 군대군대 나뉘어 앉아 책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왠지 정겹다.
노트북 사용을 위해서 전기까지 써가면서 한참을 버틸터라 계속 뜨거운 물 리필이 가능한 허브차와 진한 케냐 원두를 사용한 커피 한잔을 시켰다. 최근에 커피에 관심이 많아져서 이가게 저가게에서 원두커피 맛 보는 것이 취미 생활이 되어 가고 있었는데, 이것저것 섞인 블렌딩이 아니라 한가지 원두만 사용, 직접 로스팅해서 주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사실... 잘 맛은 잘 모르겠지만 왠지 분위기 때문인지 참 향기롭고 '이게 커피맛이구나' 라는 거만한 생각까지 했었다. 여하튼, 맛있다 >_<)
한참 태교에 바쁜 와이프 모습이다. 따뜻하고 향 좋은 곳에서 열심히 별이를 위해 무언가-_- 만드는 모습이 참 아름답지 않은가? 까페 벽을 가득 채운 오래된 혹은 얼마되지 않은 책들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누구나 한번쯤 서점 혹은 레코드 가게를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 그런 생각에 괜히 더 '있어보이는' 이곳이다.
주말 어디론가 가기에는 몸이 버텨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책 한권 들고 이곳을 찾아보자. 그닥 싸지 않은 커피 한잔 값이지만, 향에 취해보고 책에 취하다 보면 이만한 휴식이 또 어디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 조금 더 비싸지만 꼭 직접 로스팅해서 만들어 주시는 커피를 마셔보자. 그 때 그 때 가지고 있는 원두가 조금씩 다르니 색다른 원두를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No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