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요즘 2000년대 초 불었던 IT 열풍 이후 최대의 창업 호황기를 맞고 있습니다.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의 그것과 다른 점이라면 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사용자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는 스타트업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도 튼실해진 창업 열풍은 미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지인을 통해서 재미있는 회사와 제품을 하나 소개받았습니다. 굉장히 진부하면서도 그다지 혁신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유모차"를 만드는 "4moms" 라는 회사였습니다. 유모차가 패션 아이템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디자인, 기능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4moms 의 오리가미(Origami)라는 제품처럼 "오!" 할 정도의 탄성을 자아낸 제품은 찾아보기 힘든게 사실이었지요.
4moms 에서 만든 오리가미(Origami) 유모차는 확실히 다른 유모차와 차별화된 점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회사를 처음 창업한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5명의 엄마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다양한 유모차를 쓰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불편했던 점들, 이런게 있으면 좋겠다 싶었던 것들을 현실의 제품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오리가미였던 것이지요. 여담이지만, 5명이 함께 창업을 했음에도 회사 이름이 4moms 인것은, 그냥 이게 더 읽기 편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섯번째 어머님(-_-)은 스텔스 맘(Stealth Mom) 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고 하네요.
오리가미 유모차는 전기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유모차입니다. 충전 이후에는 자동차처럼 바퀴에 설치된 동력장치가 운동 에너리를 전환하여 지속적으로 충전을 수행하게 됩니다. 유모차가 전기를 가지게 된 만큼 다양한 전기 기반의 장치들이 유모차에 녹아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자동 접기/펴기 기능입니다. 가볍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유모차가 접혔다 펴졌다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스토케를 비롯하여 퀴니 제품들이 핸들링이나 뽀대(?)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늘 엄마들의 불편함은 접고 펴는게 힘들다는 불만을 십분 수용한 오리가미의 대표적인 기능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주간/야간에 유모차 앞길을 밝혀주는 전조등과 아이폰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 커넥터까지 구비하고 있으니 이보다 편리한 유모차는 또 찾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LCD 를 이용한 유모차 대시보드는 그간의 주행 기록(?)과 주행 속도, 온도 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아이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기초 데이터로 활용하기 좋아 보입니다. 유모차가 가져야할 수납공간의 넉넉함은 오리가미에서는 기본이라는 것도 엄마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4moms 를 보고 있으면 혁신이라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혁신을 위한 생각들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뜻이 맞는 사람들을 얼마나 빨리 찾아서 시작하느냐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어려운 과정일 것입니다.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스타트업 4moms 는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다른 엄마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또 다른 우리 주변의 엄마들의 모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타트업은 꼭 IT 분야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뭔가 새롭고 재미있고 창의적인 것을 한다면 그 모든 것들이 바로 스타트업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