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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미디어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 나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Daily NoPD/NoPD's Thoughts 2013. 4. 8. 06:30728x901986년, 그러니까 초등학교 2학년때의 일이다. 어떤 연유로 사오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돈으로 25만원 상당의 비싼 돈을 줘야만 했던 청계천에서 만든 애플][ 호환기종이 집에 입양되었다. 그 즈음부터 NoPD 는 컴퓨터에 푹 빠지기 시작했고 어느샌가 마음속에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크게 들어앉아 버렸다. 미술시간에 장래희망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늘 컴퓨터를 가지고 무언가 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렸다. 그저 막연하게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5년여가 지난 지금. 나는 한 회사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직업의 커리어 패스(Carrier Path)의 일환으로 비지니스 개발자(Business Developer)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결국 나의 마지막 종착점은 프로그래머 혹은 아키텍트로서의 삶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요즘, 내가 선택하고 있는 길이 맞는 것인지, 혹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을 제대로 잘 걷고 있는 것인지 많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삶에 대한 생각이 흔들릴 때, 가장 좋은 것은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물론 회사의 선배, 동료가 해주는 이야기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이왕이면 이미 이 바닥에서 구루로 자리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비전에 대한 고민을 해보고 그 비전에 이르는 여정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한빛미디어의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이라는 책은 그런 관점에서 정말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구루들과의 인터뷰가 주는 매력
책의 기초, 리더십, 거성이라는 큰 주제로 나뉘어져 있고 각 장별로 여러개의 작은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는 저자가 풀어놓는 일반적이면서도 프로그래머를 위한 자기개발서 성격의 이야기와 그 챕터의 주제에 맞도록 구성된 구루들의 인터뷰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의 매력은 저자가 풀어 놓는 이야기보다 구루들과의 인터뷰가 주는 매력이다. 규정된 질문지 시트를 가지고 인터뷰를 했지만 각기의 사람이 가진 매력이 듬뿍 담긴 자유로운 인터뷰 내용이 무척 눈에 띈다.
구루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다보면 이 길을 걸어가는 방법과 철학, 그리고 삶에 대한 자세도 참 다양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절대적인 성공 공식이 있다기 보다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길을 걸어가는 방법을 정의했고 누구나처럼 시행착오를 통해 길을 걸어가면서 스스로가 지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방법을 수정해 나갔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 같다. 성공을 위한 방정식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인터뷰는 고민에 빠진 나에게 하나의 빛이 되어 주는 것만 같았다.
“목표를 높게 잡아라”, “큰 꿈을 가져라” 같은 말은 전부 쓸데없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단번에 높은 건물을 뛰어넘을 수는 없어요.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하죠. - 리누스 토르발스
항상 이런저런 글을 읽어요. 요즘은 거의 전부 웹으로 보죠. 이코노미스트지는 거의 광신도처럼 봐요. 사이언스지도 열심히 보려고 합니다. - 제임스 고슬링
달라 보이지만 같은 그들과 우리의 생각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한국어판에만 있는 부록이다. 책의 편집자이신 한동훈 편집자께서는 이 책이 더 의미있는 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우리나라에, 내 주변에 가까이 있는 구루 혹은 프로그래머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조망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와 그들의 환경이 어찌보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그런 문화적 차이, 태생적인 한계를 살펴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기에 편집의 묘, 출판의 방향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구루들과 우리의 이야기는 예상만큼 간극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의 생각이 만나는 접점이 있었고 그 접점에서 우리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내용이 잘 정리된 것이 백창우 님의 글 중간에 있는 아래의 다섯가지 생각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확신을 가지고 싶었고 삶의 기준점을 가지고 싶었기에 블로그 글에도 살포시 남겨본다.
1.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라 : 좋아하는 일과 직업. 그 사이의 고민.
나의 길을 위한 여정 만들기
2. 어떤 일을 좋아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잘해라 : 내가 늘 놓치고 못하는 것
3. 그리고 선순환의 사이클을 그려라 : 1, 2번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핵심.
4. 잘하게 되었으면 겸손해라 : 겸손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너무 중요한 것.
5. 뭐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라 : 엔지니어들이 실수하기 쉬운 이야기.
지난 1주일동안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을 가는 길에, 그리고 호텔방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책,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을 훅하고 읽어버렸다. 책의 이야기들과 출장 목적지가 이토록 시기적절하게 맞아 들어간 것이 예사로운 일이 아닐거라고 머릿속에 되뇌어 보았다. 그래서 일부러 같이 동행한 사람들의 양해를 구하고 샌프란시스코 101번 고속도로 변에 즐비한 글로벌 IT 기업들 앞을 찾아갔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해오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면 정말 대단한 일이 생길것만 같았는데 막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등을 들러봤지만 뭔가 가슴 뭉클한 감동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곳에서 거니는 사람들과 꽤 늦은 시간임에도 카페테리아를 가득채우고 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눈빛과 사이트가 풍기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껴보려 애써보았다. 성공의 정의를 어떻게 하는 것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곳은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어 내는 곳이기에 작은 숨 하나를 통해서도 뭔가 나에게 자극이 될 무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이제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일까? 오늘 사무실에 출근하면 일주일동안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마음속에 담긴 글들을 조그맣게 프린트해서 붙여 두어야겠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1986년 애플][를 보면서 꿈꾸던 실리콘밸리 키드의 꿈은 어디간걸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는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부터가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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