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게 귀를 때리는 공사장의 헤머드릴소리.
자욱한 먼지를 헤치며 어디선가 사람들이 흘러들어온다.
저마다 입을 막고, 코를 막아 보지만
귓바퀴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시끄러운 소리처럼
오차드로드의 어딘가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이 거리에겐 반갑지 않은, 번잡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온갖 언어가 뒤섞인,
눈이 유독 빛나보이는 피부 빛깔을 가진 사람부터
아픈듯 창백한 하얀 얼굴이 안쓰러워 보이는 사람들까지,
누군가 만들어 냈던 Phrase.
인간 종합 전시장 혹은 인종의 용광로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이곳이 싱가폴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건
지나가는 버스 너머로 보이는 비지터 센터 뿐일지도 모르겠다.
똑같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바빌론의 탑이 무너지던 날, 수많은 언어가 난무했다는 오래된 이야기.
괜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
멍하니 흘러 들어오는 사람들에 맞서고 서서
손가락에 가볍게 힘주어 찍어보는, 싱가폴 오차드 로드의 어느날 밤 풍경.
- No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