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장을 다녀온 것이 2007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011년으로부터 4년이나 전에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 정말 아득히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 누가 그랬던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참 힘들었지만 이런 아쉬움으로 가슴 깊이 사무칠 줄 누가 알았겠느냐는 말이다.
베네치아로 가는 길, 잠시 멈추어 선 휴게소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커피는 너무나 친숙하다.
사무실 한켠에 자리잡은 자판기에도 커피 종류만 십수가지 되기 일쑤.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온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가 민망해진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이 곳 사람들은
조그만 잔에 에스프레소를 뜨겁게 내려 후루룩 마시고는 이야기 꽃을 피운다.
미국적인 커피가 스타벅스의 그란데(Grande) 사이즈와 같은 것이라면
이곳의 커피는 작고 농축된 깊은 씁쓸함.
잠시 기름을 넣기 위해 혹은 화장실을 들르려 멈추어선 고속도로 휴게소.
당연하겠지만 휴게소의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한 커피가게.
몰려드는 손님들의 커피를 내려주느라 정신없는 바리스타들.
그렇게 받아든 조그만 잔 하나를 들고
삼삼오오 스탠딩 바에 둘러 모여 웃음꽃을 피운다.
에스프레소의 어원이 무엇이었던가...?
사람들은 잠시간의 휴식을 즐기고 이내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하긴 스타벅스의 푹신한 의자 따윈 여기에서는 찾을 수 없다.
선 채로 샐러드를 먹고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 한잔 하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즐겨야 제대로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탄산수 한병을 사들고 다시 베네치아로 가는 차에 오르러 가는 길.
동양이든 서양이든 한번 들어온 손님을 뜯어먹으려는 건 매 한가지.
아마도 지금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갔다면 뭐라도 샀을 거 같다는.
왠지 모르게 커피 향이 더 가득했던 것 같은 한 휴게소의 짧은 휴식.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그런걸까?
괜히 향수 같은 것이 느껴져서 센티멘털 해지는 기분이다.
함께 몇 년을 보냈던 사람들은 다 잘 지내고 있겠지.
- No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