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을 사면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인쇄소, 제본소 혹은 물류창고 어디에선가 나는 냄새가 새 책을 받아 들었을 때 나는 새 책 냄새를 함께 만드는 것이죠. 그런데 헌 책의 냄새를 맡아 보신적 있으신가요? 새 책과 달리 헌 책에서도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헌 책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새 책 냄새를 모두 털어내고 책을 읽은 사람, 책을 들고 다닌 사람, 혹은 집안 어딘가에 꽂혀있으면서 스며든 냄새가 가득합니다.
파주 출판도시에는 그런 오래된 헌 책 냄새가 가득한 곳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헌책방 보물섬! 보물섬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헌책방으로 색이 누렇게 바랜 정말 오래된 책부터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 손에 들려 이 곳으로 온 새 책까지 다양한 책을 만나볼 수 있는 곳입니다. 데이터베이스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검색만 해보면 어느 섹션의 어느 책장에 꽂혀 있는지까지 알 수 있는 현대식 서점과 달리 이곳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직접 책을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보물섬은 파주 출판도시 아시아 출판문화센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라 몇 층이다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여튼 그곳에 있습니다. 호텔 지지향과 붙어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보물섬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미있는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늘 북적입니다.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과 작은 의자는 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엄마, 아빠 혹은 삼촌, 이모가 읽었음직한 색바랜 동화책을 읽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15평 남짓한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정가 대비하여 6~7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책의 회전율도 무척 빠른 편입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재빨리 손에 들고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하는 이 곳! 보물은 여러권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바퀴 둘러보고 오면 조금 전까지 있던 책도 다른 주인을 만나 이미 여행을 떠났을테니까요.
이곳에서 오래된 책을 뒤적거리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사진이 발견되기도 하고 편지가 나오기도 하죠. 소중한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책 사이에 꽂아둔 것을 잊은채 이 곳까지 온 책들은 책 주인의 기억과 추억을 함께 가지고 오기도 합니다. 혹시 누군가의 기억을 발견했다면 그건 정말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은 것과 같은 행복이 아닐까 싶네요.
책은 사람을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소설이든 자기개발서든 혹은 전문 서적이든 사람에게 새로운 지혜를 주고 생각의 범위를 넓게 만들어 줍니다. 인류가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후손들에게 전하는 것은 근래에는 인터넷과 컴퓨터를 통하는 것으로 많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종이 한장 한장을 넘기며 글을 읽는 재미는 아직 디지털 시대가 대신해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주말 오후, 파주 출판도시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아 나서 보시지 않으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