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뉴스에서 소련(소비에트 연방) 관련 기사가 나오면 당연하단 듯이 나오던 영상은 붉은 광장과 광장을 가득 채운 군 병력들이었다. 강렬한 붉은 색이 소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깔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붉은 러시아 깃발 등) 이었기 때문에 은연중에 그런 영상을 계속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영상으로만 보던 붉은 광장에 발을 내딛은 느낌은 어렵게 생각해서였을까? 왠지 친숙한 (수많은 관광객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느낌이었다.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단체 관광을 온 듯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무리. 이곳이 과연 내가 상상하던 붉은 광장인가 싶었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들이 붉은 성벽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던 어느 좋은 일요일 아침. 일찌감치 모스크바 시내 관광을 나선 사람들로 광장은 북적였다.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3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 때문에 반바지에 시원한 면티 한장을 걸친 우리 일행은 연신 물을 마시고 있었다.
러시아어로 '붉은(Krasnaya)' 이라는 의미는 꼭 빨간색을 말한다기 보다는 "아름다운"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온통 붉은 것이 묘한 매력을 주기는 하지만 아름답다라는 표현과는 왠지 좀 거리가 있는 느낌이랄까. 오래된 건축 양식의 건물들이 세월을 넘나드는 느낌이다.
광장 남쪽으로 내려가면 '테트리스 궁'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바실리 사원 건물이 보인다. 독특한 지붕의 모습이 참 인상적인데, Flickr 에서 사진을 조회해보면 정말 촌철살인의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열심히 찍는다고 찍은 사진인데 왠지 노출 보정에 실패한 듯 하다.
저 성벽 너머에는 레닌의 영묘가 있다고 하는데 미처 가보지는 못했다. 워낙에 러시아 출장 일정이 길지 않아서 최대한 많은 곳을 찍고 -_- 다니자는 컨셉으로 사람들과 의기투합 한 터라, 느긋하게 성 구석구석을 둘러보지 못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언제 또 러시아를 오겠느냐" 라는 명제가 주는 두가지 선택 (자세히 보던가, 많이 보던가!) 에서 우리는 '많이 보던가'를 선택했을 뿐이고...
바실리 사원과 붉은 광장을 한 바퀴 도보로 걸어 본 후 입구를 통해서 나오니 관광객들이 한참 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니 레닌과 스탈린(맞나요?)으로 분장한 러시아 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남길 꺼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다른 포스팅에서 한 번 더 글을 적겠지만, 러시아에서 결혼식을 하면서 꼭 친구, 들러리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곳 중 하나가 붉은 광장이라고 한다. 레닌씨(?) 앞쪽에는 어여쁜 한 커플이 결혼 기념 촬영을 하느라 한창이었다.
2009/01/22 - [Trouble? Travel!/'08 Russia (Moscow)] - 영원한 철의 제국, 러시아 모스크바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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