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는 참 묘한 곳이다. 전세계의 엄청난 돈을 끌어들여 이슈와 화재거리를 만드는 깨어있는 곳처럼 보이는 동시에 아랍 문화권의 독특한 풍습이 서방 세계의 문화와 오묘한 줄타기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길을 지나다 보면 종교와 관습에 따라 얼굴을 다 가린 사람부터 반바지에 핫 팬츠를 입은 사람을 동시에 만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이처럼 독특한 이 곳에서 해변은 어떤 분위기일까? 일전에 말레이시아 방문시 호텔 수영장에서 볼 수 있었던 전신 수영복 (박태환, 해켓이 입는 그런게 아니라 뭔가 좀 잠옷 스러운...) 을 또 보게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종교가 모든 것에 상위하는 아랍국가에서 당연한 상상일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외국 문물을 받아들인 깨어있는 아랍인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진 도시국가인 만큼, 해변도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는 위성사진 모습이다. A 라고 표시된 곳이 이제 한참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해변이다. 내륙으로 리조트 시설이 들어와 있고 주차도 역시 이곳에서 할 수 있다.
왼쪽 아래 2/3 정도 지점에 있는 조그만 섬처럼 보이는 곳이 버즈 알 아랍 호텔이니, 호텔에 식사 예약을 해두고 쥬메이라 비치에서 해변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워낙에 더운 나라인 만큼 해변의 모래는 뜨겁다 못해 멈춰 있으면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 부드럽지 않고 퍽퍽한 것이 왠지 인공적으로 만든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야자수가 길게 늘어진 곳에는 가족 단위 혹은 연인 단위의 손님들이 시원한 그늘을 차지하고 앉아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아랍의 리듬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빌보드 탑 10 에 한참 올라 있는 팝송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외진 곳에는 노동자로 이곳에서 파출부 혹은 막일을 하는 동남아에서 온듯한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려하고 엄청난 두바이의 겉모습 뒤에는 인도, 동남아에서 싼 비용에 데려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나 그렇겠지만, 늘 보이지 않는 곳에는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곳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다. 아니, 모든 해변이 사진 촬영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을 것이다. 비키니를 입고 한가로이 음료수를 마시며 책을 읽는 외국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마도 아랍계 여인들의 모습이 노출되는 것이 납득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하여 몰래 찍은 사진엔 건장한 아랍 아저씨들 세명이 걸어가는 모습이 잡혔다. -_- 몸매가 아름다운 근육질의 아저씨도 아닌, 평범한 늘어진 뱃살이 정감 가득하게 느껴지는 전형적인 아랍 아저씨들의 모습. 이 사진을 찍고 해변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다 경비(?)에게 제지를 당했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참 아쉬웠다.
조금만 누워 있어도 온 몸이 붉게 익을 것 같은 두바이의 해변. 색다른 무언가는 없었지만 그냥 문화의 목욕탕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바다, 모래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참 좋았다. 야자나무 아래에서 시원한 과일 쥬스 한잔 마시며 한낮의 오침을 취하면 정말 좋을 것 같은 이곳. 쥬메이라 비치!
- No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