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 중 하나인 클라키 (Clarke Quay).
특히 금요일 밤이 지난 토요일 아침이면
뜨거웠던 광란의 시간을 보낸 후 더 짙은 정적만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이 곳.
2005년의 여행 이후 단 한번도 출장이 아닌 이유로 온적이 없어서
그 뜨거운 시간속에 몸을 담아보지는 못했지만
무거운 노트북 등에 지고 거북등을 해서 지나가며 본 사람들의 모습은
한주간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려는 듯한 외침이 느껴지던 곳.
아침 일찍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를 물 묻혀 정리하고 나서면
까만 새벽의 클라키가 나른 맞이한다.
아직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클라키의 새벽 공기는
사람들의 체취와 함께 엉키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누구를 위해 밝혀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오색 찬란한 싱가폴 리버 위를 가로 지르는 다리.
잠시 기대어 습기 가득한 공기로 두 폐를 적셔본다.
파랗다 못해 시퍼런 하늘에게 " 내가 여기 있다 " 는 걸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은 모습
아무도 건너지 않은 새벽시간의 다리는 내일도 불을 밝히고 있겠지.
운동화 끈을 조여메고 뛰기 시작하면
뜨거운 공기가 땀구멍을 넓혀 놓은 것인지
어느새 주르르 등줄기를 가르는 땀방울이 느껴진다.
잊고 있었다.
이곳은 적도에서 멀지 않은 싱가폴이라는 것을.
일기 예보에 나오는 기온을 일부러 조작한다는 말이 왠지 맞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런 더위가 어떻게 30도 밖에 안된다는 말인지.
클라키 중심가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열기를 머금고 문을 닫은 클럽의 정취가 이색적이다.
오래전 창고로 쓰이던 건물들이,
그대로 개조되어 사람들을 담는 창고가 되어 버린 21세기 한켠의 클라키.
한참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이 곳도
또다른 하루의 정열을 받아들이기 위해 잠깐 쉬어가나 보다.
그래도 나무들은 혼자가 아니니, 쓸쓸하지는 않겠구나.
또 다른 피부색의 또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는 곳.
들어오는 사람 없는 정적에 잠긴 불꺼진 클라키의 관문.
멀리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태양을 맞이하려는 것일까?
밤의 열기, 낮의 열기.
사람으로부터 오는 열기, 오억만리 태양에서부터 오는 열기.
그 모든 열기는 오래전 물건들이 드나들던 이 관문을 통해 오는 것이겠지.
시간의 흐름이 뒤엉켜 버린 듯한 이 곳.
잠깐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무심코 생각해버리라는 속삭임.
태양이 뜨고, 또 다시 지면,
사람들은 다시 이곳에 모여 밤을 노래하고, 밤에 젖어가겠지.
- No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