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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반 윌리엄스 #5 : 구글 최초의 非검색부문 인수합병, Blogger.com
    IT's Fun/SNS Revolution 2011. 9.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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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 캐피털 트렐릭스의 투자 이후 안정 궤도에 올라선 블로거 닷컴은 전 세계에 불어온 블로그 열풍과 맞물려 블로그 업계의 지존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블로거 닷컴이 가지고 있던 서비스 구조와 블로그에 대한 철학은 많은 후발 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블로거 닷컴이 보여준 많은 것들은 블로그 시스템이 가져야 할 기능과 철학의 기준으로 여겨지며 블로그스피어 (Blogosphere) 의 영역 확장의 진두에 블로거 닷컴이 설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블로거 닷컴은 2003년 2월 또 한번 역사적인 현장에 주인공으로 나서게 되었다. 바로 전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구글이 전격적으로 블로거 닷컴의 인수를 감행한 것이였다. 당시 구글은 페이지 랭크 (Page Rank) 라는 고유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검색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알고리즘에서부터 직접 설계한 데이터 센터의 하드웨어까지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구글이 블로거 닷컴이라는 지극히 사람 냄새가 나는 서비스를 인수한 것은 정말 의외였다. 구글은 오직 기계적이고 계산된 로직에 의해 검색 순위를 정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말부터 4개월에 걸친 협상을 통해 블로거 닷컴, 정확히는 Pyra Labs 는 전격적으로 구글에 인수 합병 되었다.

    from http://www.metrolic.com/wp-content/uploads/2010/08/blogger.png


    구글의 블로거 닷컴 인수에 대해 시장과 언론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설(說)을 연일 터뜨렸다. 검색 엔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회사가 왜 블로거 닷컴을 인수했는지에 대한 수많은 시나리오가 블로그스피어를 뒤덮었다. 앞선 장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블로거 닷컴은 한동안 수익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며 서비스 존폐의 귀로에 서기도 했던 서비스다. 한동안 사무실도 없이 혼자서 운영되던 블로거 닷컴 서비스가, 그것도 지극히 사람에 의한 글을 만들어 내는 서비스가 구글에 인수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인수 합병이 언론에 보도되기 직전, 에반 윌리엄스의 블로그에 “굉장한 기회 (An Awesome Opportunities)” 라는 글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구글은 Pyra Labs 와 블로거 닷컴 서비스 뿐만 아니라 에반 윌리엄스를 포함한 모든 스텝을 인수했다.

    구글의 인수가 있기 전까지 블로거 닷컴에는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카고에 위치한 검색엔진 기술 전문 업체인 Dieselpoint에 따르면 2003년 1월 갑작스레 자신들과 블로거 닷컴과의 업무 협력이 중단되기 전까지 블로그에 올라오는 양질의 컨텐츠를 이용한 검색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었다고 한다. 구글 역시 같은 생각을 했었다. 웹 사이트에 등록되는 글들을 수집하고 그 안에서 정보를 정리하고 컨텐츠의 질을 평가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검색엔진이 하는 일이고 구글의 핵심 가치다. 하지만 블로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많은 재야의 전문가들이 블로그를 통해, 블로그에 등록한 글을 이용하여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은 그동안 알고 있던 전문가들의 수준을 넘어선 경우가 많았다. 흔히 웹 2.0 에서 말하는 롱테일 (Long-tail) 효과가 블로그에서도 발현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양질의 정보들이 블로그를 통해서 세상에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알고리즘과 로직을 중요시하는 구글에게도 분명히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from http://www.ironmonk.net/wp-content/uploads/2010/08/long-tail-keywords-CTR.jpg


    블로그에 등록되는 글들은 상당히 시대의 트렌드에 민감하다. 정적인 정보는 오래된 문헌이나 자료들을 통해서 충분히 수급이 가능하지만 트렌드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양질의 정보를 공급하는 역할을 블로그가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블로그는 일반적인 웹 사이트의 형태로도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주지만 RSS 를 비롯한 다양한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더 쉽게 다양한 방법으로 컨텐츠 소비의 채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런 규격화된 채널은 검색 엔진 업체들에게는 부뚜막에 올려진 생선과도 같았다. 근래에 큰 화두가 되고 있는 HTML5 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컨텐츠의 구조화라는 것은 이것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행한 활동의 양태를 표준이라는 틀로 정리한 것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from http://i.i.com.com/cnwk.1d/i/tim/2011/01/18/HTML5_Logo_550px_270x270.png


    컨텐츠를 구조화 할 수 있게 되면 검색 엔진들은 더욱 쉽게 정보를 인덱싱 할 수 있게 된다. HTML5 규격을 만드는 데 많은 검색 엔진 업체가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HTML5 가 등장하기 훨씬 전인 2003년에도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블로거 닷컴을 구글이 인수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재야의 실력자들이 만들어내고 규격화된 피드에 의해서 다양한 사용자들에게 공급되는 컨텐츠는 정보를 분석하고 인덱싱 하기에 안성 맞춤이었고 덤으로 양질의 컨텐츠 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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