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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5. 좋은 엔지니어와 그렇지 못한 엔지니어
    Daily NoPD/NoPD's Thoughts 2007. 11. 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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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을 뭘로 붙여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훌륭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못한 엔지니어`로 정해봤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너무 큰 주제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고민을 했지만 딱히 적당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일단 텍스트 박스에 적어넣었다.

    최근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가능성 타진과 기존 프로젝트에서의 솔루션 교체를 추진하고 있었다. 출장에서 돌아오자 마자 솔루션 공급 업체와 컨택을 했는데, 꼭 서버 Console 상에서 설치를 해야한다고 주장을 하는 바람에 멀리 IDC 까지 직접 다녀왔다.


    1. 내가 아는 만큼 고객이 알지는 못한다

    아는 분은 아시는 것처럼 노피디는 닷넷 개발자이자 MS 서버기술을 돈벌이로 자주 사용하는 엔지니어다. 회사가 워낙에 `을` 스러운 곳이라 항상 고객을 모시고 이런저런 프로젝트들을 많이 하곤 한다. 제안서에서부터 프로젝트 완료보고서를 만드는 순간까지 늘 많은 고민을 수반하는 작업이 바로 고객에세 기술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부분이다.

    고객이 늘 IT 전문가 혹은 IT 부서에 있는 사람이 할당되는 것이 아니고, 실무자 혹은 현업이라고 불리우는 비전문가가 지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T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만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고객을 만나는건 하늘에서 별따기 보다도 어려운 거다. 돌려말하면 `고객은 나보다 이 프로젝트 / 솔루션을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나는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것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약간 핀트는 다르지만 일단 본론으로 돌아가서, IDC 에서 만난 솔루션 공급 업체 엔지니어들은 그들만의 상품명 혹은 컴포넌트 이름으로 도배된 건성건성식의 설명을 했는데 가만히 듣고 있자하니 참 짜증스러웠다. 그 솔루션으로 먹고사는 그분들이야 늘상 접하는 용어들이고 새버전의 솔루션이 나오고 프로덕트 구성제품군이 바뀌면 또 스터디를 하겠지만, 나는 그런 입장이 아니다.

    기술적인 설명을 하는데 있어서 엔지니어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객이 기술에 대하여 어느정도 익숙한지를 먼저 판단하고 그에 대한 설명 수준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만큼 고객이 알지는 못한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2. 언제나 확인하고 한번 더 컨펌을 받아라

    한참을 솔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설치작업을 했다. 두번째 컴포넌트를 한참 설치하다가 서버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살피더니 질문을 던졌다. " MS-SQL은 설치가 안되어 있나 보네요? " 뭔가 잘못됬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 웹서버랑 DB 서버가 따로 구성되어 있다고 미리 전달해 드렸는데요... " 라고 대답을 하자 돌아오는 신경질적인 답변이 가관이다.

    " 윈도우 OS 상에 설치할 때, 웹서버랑 DB 서버를 따로 두는 경우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어요 "
    " 오라클 쓸때는 괜찮은데, MS-SQL은 따로 설치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

    웹이랑 DB를 분리하는게 당연하지 않느냐, 뭐 이런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다. 왜 확인을 안하고 마음껏! 진행하다가 그런 말을 하는지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격언도 있건만, 왜 혼자 머릿속에 있는 시나리오대로 진행하다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


    3.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참고 또 참고 넘어갔다. 한참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나더니 설치가 끝났다고 한다. 그러더니 대뜸 하는 말이 " DB 서버에 1234번 포트가 열려있어야 해요 " 한다. 시스템 운영이든 네트웍을 아주 "약간"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저런 질문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너무나 쉽고 당연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 어느 구간의 방화벽을 열어야 하죠? " 정도?

    기대되는 답변은 " 웹서버랑 DB 서버간에 1234번 포트를 열어야 해요 " 였다. 하지만 갑자기 솔루션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무슨 소프트웨어가 어쩌조 뭐가 어쩌고 MS-SQL을 직접 액세스 하는게 아니라 미들웨어를 통해서 1234번 포트가 어쩌고 저쩌고... 다시 물어봤다. " 네. 잘 알겠는데요, 그러면 웹서버랑 DB 서버간에 1234번 포트를 열면 되나요? " 한숨을 푸욱~ 쉬더니 약간 짜증스런 목소시로 다시 솔루션 설명을 시작한다.

    답답해서 말을 끊었다. 그리고 다시 물어봤다. " 자, 이렇게 박스단위로 봅시다. 웹서버가 있고 DB 서버가 있고 궁극적으로 관리자가 될 제 PC가 다른 사무실에 이렇게 있습니다. 어느 구간을 열어야 하나요? 웹과 DB간, 그리고 제 PC랑 DB간에 1234번 포트를 열면 되는거죠? " 라고. 옆에서 보고 있던 다른 엔지니어가 " 그렇다 " 고 말을 한다.


    여담...

    우여곡절 끝에 솔루션 설치를 마치고 같이 IDC를 빠져나왔다. 리모트에서 원격 데스크탑 콘솔모드로도 충분히 작업할 수 있는 내용인데 여기까지 귀한시간 쪼개서 나온것도 아까웠지만, 그 엔지니어의 작업 완료후 반응이 나는 더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런 저런 일을 서로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하다보면 오해도 생기고 언쟁도 생기는 법이다. 하지만 비지니스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끊고 맺음이 아닐까 싶다.

    다른 엔지니어가 담배피우는 동안 옆에서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는데, 작업을 담당했던 엔지니어는 나랑 말싸움을 했던것이(사실 말싸움이라 하기도 민망하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저쪽 멀리에 앉아서 혼자 씩씩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머릿속에서 참많은 생각이 든다. 고객 접점에 있는 엔지니어는, 또다른 영업 사원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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